요즘 SNS에서 아이의 일상을 공유하는 부모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샤런팅입니다. ‘샤런팅’은 ‘셰어링(sharing)’과 ‘페어런팅(parenting)’의 합성어로, 자녀의 사진이나 정보를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겉보기엔 사랑과 자랑이지만, 들여다보면 개인정보 침해, 정신 건강 악영향, 신뢰 붕괴 등 다양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육아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유 육아’의 일상화입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과 즉각적인 피드백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샤런팅이란 무엇인가요?
샤런팅은 아이의 일상, 성과, 외모, 건강 정보 등을 SNS나 블로그에 자주 올리는 부모들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처음엔 자랑하고 싶은 마음, 추억을 기록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하지만, 그 영향은 아이의 성장과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아기와 아동기의 사진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경계를 확립하기 전에 외부로 노출되는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샤런팅의 대표적인 예시들
- 아이 생일에 이름, 생일, 병원 이름까지 올리는 글
- 학기 초에 학교 앞에서 찍은 등교 인증샷
- 아이가 장난치다가 다친 엑스레이 사진 공유
- 아이의 실수나 문제 행동을 훈육 명목으로 SNS에 게시
- 육아팁 글에 아이의 신체 사진 삽입
이러한 정보는 개별적으로는 무해해 보여도, 조합되면 위치 정보, 신상 정보, 건강 상태 등 민감한 정보를 제3자가 알 수 있게 만듭니다. 특히 얼굴 인식 기술이나 위치 기반 알고리즘과 결합될 경우, 악의적인 목적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성은 더욱 커집니다.
샤런팅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1. 자아 정체성 형성 방해
아이는 스스로를 정의하고 표현하며 자아를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시선에서 게시된 이미지가 먼저 존재한다면, 아이는 그것에 맞춰 행동하게 되고,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자녀가 자랄수록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은 복잡해지고,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과거 온라인에 남겨진 이미지는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2. 낮아지는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
부모가 게시한 글이 ‘이상적인 아이’ 이미지를 만들면, 아이는 현실의 자신과 괴리를 느끼며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속 자신과 현실 속 자신이 너무 다르면, 그 괴리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학령기 아이들은 또래와의 비교에 민감해, SNS의 반응이 자신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온라인 상의 굴욕감과 수치심
친구들이 SNS에서 본 사진으로 아이를 놀릴 수 있습니다. 장난처럼 올린 영상이나 멘트가 아이에게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부모들은 아이의 엉뚱한 실수나 오해를 ‘웃긴 콘텐츠’로 올리지만, 이는 온라인 괴롭힘의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아이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4. 부모와의 신뢰 붕괴
아이의 사적인 이야기를 온라인에 올리는 행동은 아이에게 배신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후 아이는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거리를 두게 됩니다. 대화보다 먼저 SNS에 올라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경험한 아이는, 자신의 사생활이 보호받지 않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샤런팅의 현실적인 위험
1. 개인 정보 유출과 범죄 노출
위치, 이름, 나이, 학교 정보 등이 유출되면 스토킹, 납치,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첫 등교 사진’, ‘태권도 도장 후기’, ‘병원 후기’ 등은 일상처럼 보이지만, 외부인에게는 구체적인 정보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이미지 도용 및 악용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이의 사진이 음란물 합성 등 범죄적인 방식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사진 한 장이 악용되어 불법 콘텐츠로 사용되는 경우, 부모는 그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아이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합니다.
3. SNS 플랫폼의 이용 약관
대부분의 SNS 플랫폼은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합니다. 즉, 아이의 사진을 기업 광고 등에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 한번 온라인에 게시된 자료는 완전히 삭제되기 어렵고, 디지털 흔적으로 남아 검색되거나 복제될 수 있습니다.
왜 부모는 샤런팅을 할까?
1. 자랑하고 싶은 마음
아이의 귀여운 모습이나 성취를 공유하고 싶은 욕구는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사회적 인정에 대한 욕구가 높은 현대 사회에서는 ‘좋아요’나 댓글을 통해 위로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육아 정보 공유와 커뮤니티 소통
비슷한 상황의 부모들과 정보를 나누고 공감받기 위해 샤런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육아는 외로운 여정이 될 수 있기에, 온라인 커뮤니티는 정서적 지지와 정보 공유의 창구가 되기도 합니다.
3. 디지털 앨범 만들기
SNS를 일기처럼 사용하며 아이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 앨범은 개인적인 저장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공공 플랫폼에 공개할 경우 프라이버시와 저작권 문제를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4. 주목받고 싶은 욕구
팔로워 수, ‘좋아요’ 수 등에 의해 인정 욕구를 충족하려는 심리도 작용합니다. 때로는 부모 자신의 외로움이나 불안이 이런 행동을 유도하기도 하며, 자신의 SNS 이미지를 가꾸기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샤런팅이 더 위험한 유형의 부모들
- 트라우마 경험이 있는 부모: 과거 자신의 경계가 침해된 경험이 있다면, 아이의 경계도 무의식적으로 침해할 수 있습니다.
- SNS에 과몰입하거나 주목받고 싶어하는 성향의 부모
- 자존감이 낮고 인정 욕구가 큰 부모
-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부모: SNS로만 타인과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을 경우, 과도한 공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모들은 무의식 중에 아이의 정보를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 수단으로 사용할 위험이 높습니다. 이는 아이의 정체성뿐 아니라 가족 관계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샤런팅을 줄이기 위한 7가지 방법
1. 실수 인정하고 아이에게 사과하기
이미 올린 게시물이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삭제하세요.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사소한 행동도 아이에게는 심각한 침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2. SNS 사용 전 질문 던지기
- 내가 왜 이걸 올리려 하는가?
- 누구에게 보여주려는가?
-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이 게시물을 어떻게 느낄까?
- 위치 정보, 얼굴, 이름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가?
- 이 콘텐츠로 인해 아이가 피해를 볼 가능성은 없는가?
이 질문을 통해 올릴지 말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동기가 진심인지, 단순히 ‘좋아요’를 위한 것인지 점검하는 계기가 됩니다.
3.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록하기
아이의 손이나 발만 찍기, 뒷모습만 보이도록 하기, 캐릭터 이모지로 얼굴 가리기 등으로도 충분히 추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사진 대신 음성 녹음, 그림, 자필 편지 등 아날로그 방식을 함께 활용하면, 더 특별한 추억이 됩니다.
4. 닉네임이나 필명 사용하기
실명 대신 애칭, 별명 등을 사용해 식별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도 유용합니다. 또는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실제 친한 사람들과만 공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5. 가족과 친구에게 가이드라인 제시
할머니, 삼촌,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도 샤런팅 방지 원칙을 공유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 사진은 공유 전 꼭 물어보기”와 같은 간단한 룰만으로도 사생활 침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6. 아이가 동의할 경우에만 게시하기
아이에게 게시 전 반드시 동의를 구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세요. 아이가 싫다고 하면 절대 올리지 마세요. 나이가 어릴 경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7. 좋은 온라인 롤모델 되기
부모가 스스로 SNS에서 절제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도 디지털 공간에서 바른 습관을 익힐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SNS를 둘러보며, 공유의 윤리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무리하며: 샤런팅, 사랑의 표현인가 폭력의 시작인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표현되어서는 안 됩니다. 디지털 시대의 육아는 더 섬세한 감수성과 윤리 의식을 요구합니다. SNS에 무심코 올리는 그 한 장의 사진이,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합니다.
디지털은 기억하지 않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이의 ‘지금’뿐만 아니라 ‘미래’를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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